공적 자금이 담긴 카드를 사적 목적에 썼다는 의혹 — 행위의 유형은 같다. 두 사건은 액수와 경로가 크게 달랐다.
김혜경 씨(이재명 대통령 배우자). 2021년 8월 대선 경선 기간, 배우자의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가 결제됐다. 검찰은 2024년 2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기소했고, 1심(2024년 11월)과 2심(2025년 5월) 모두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 재판부는 "수행 직원의 결제가 피고인의 묵인 아래 이뤄진 기부행위"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결제 사실을 몰랐다며 상고해, 이 글을 쓰는 시점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별건인 법인카드 889만 원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2024년 11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진숙 의원(국민의힘, 전 방송통신위원장). 대전MBC 사장 재직기(2015~2018) 법인카드 사용을 두고, 시민단체는 1,157회에 걸쳐 1억 4,279만 원이 지출됐고 그중 근무지가 아닌 서울 거주지 인근 사용, 와인·골프장·호텔 결제 등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4년 7월 고발이 접수됐고, 경찰은 압수수색과 네 차례 소환조사를 거쳐 2025년 9월 업무상 배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의원은 "한 푼도 사적으로 쓴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며 "10년 전 일을 지금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단계의 처분이 나오기 전인 2026년 6월, 이 의원은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기소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무죄추정이 적용된다.
세 번째 사례는 앞의 두 사건과 결이 조금 다르다 — 이 사건의 당사자가 같은 유형의 다른 사건에서는 직접 비판자였다는 점에서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지사 재임 시절인 2016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5년 8개월간 업무추진비(법인카드)로 밥값만 1억 1,000여만 원을 지출했다. 단골 오마카세 식당 한 곳에서만 51회에 걸쳐 1,600만 원을 결제했는데, 이 식당의 코스 요리 가격이 1인당 3만 원을 훌쩍 넘는데도 법인카드 지출 내역에는 1인 평균 3만 원 이하로 기재돼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정한 1인당 3만 원 한도를 피하려 지출을 축소 기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3년 시민단체 고발을 거쳐 수사가 진행됐고, 원 전 장관 측은 "공적인 업무 외에 법인카드 지출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사건은 경찰의 불송치로 종결됐고, 고발인 측은 공수처 재고발 방침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원 전 장관은 2022년 대선 국면에서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SNS에 "김씨의 법인카드 소고기, 초밥이 12만원밖에 안된다고 옹호하는 분들 ‘혜경학’ 공부하시죠"라며 강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 정작 자신의 법인카드 지출 규모는 김혜경 사건보다 훨씬 컸다.
두 사건이 같지 않다는 논리는 이렇다. 김혜경 사건은 선거 국면의 기부행위라 공직선거법이 적용됐고, 선거법은 금액이 작아도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 입법 취지다 — 10만 원이라는 액수가 아니라 선거라는 맥락이 처벌의 근거라는 것이다. 반면 이진숙 사건은 선거와 무관한 기업 내부의 업무상 배임 문제라 죄목과 절차가 다르고, 발생 시점부터 오래돼 자료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반대 방향의 지적도 양쪽에서 나왔다. 민주당 쪽은 10만 원대 식사가 기소로 이어지는 동안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며(이후 특검이 재수사) 수사의 잣대를 물었고 — 이 사건은 본 자료실 "권력과 책임" 시리즈의 케이스 카드에 별도로 기록돼 있다 — 반대쪽은 김혜경 씨의 더 큰 액수 의혹이 기소유예로 끝난 점, 그리고 이진숙 의원 수사가 정권 교체 후 본격화된 시점을 각각 문제 삼았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관용차·법인카드 등 1억여 원 사적 사용 혐의로 2024년 11월 기소됐으나, 취임 후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으로 재판이 사실상 정지돼 있다 — 재판의 시간이 곧 정치의 시간이 되는 구조는 시리즈2 "권력과 시간"에서 다뤘다.
남는 사실은 이렇다. 10만 4,000원은 기소돼 두 번의 유죄 판결(미확정)을 받았고, 1억 4,279만 원 관련 의혹은 고발 2년이 되도록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다. 두 사건의 죄목이 다르고 맥락이 다르다는 설명은 존재한다 — 그 설명으로 충분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두 시간표를 함께 본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