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란히 놓는다는 것

2026 · 대한민국

형사사법에는 재량이 있다. 어떤 고발을 얼마나 깊이 수사할지, 기소할지 말지, 어떤 죄목을 적용할지 — 검사와 경찰의 판단이 개입하는 지점은 법이 정한 절차 안에도 여럿 있다. 사건마다 증거의 양이 다르고 공소시효가 다르니, 처리 결과가 다른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재량이 한 방향으로 쏠려 보일 때 생긴다. 행위의 유형이 비슷한데 어떤 사건은 대대적 수사와 기소와 실형으로 이어지고, 어떤 사건은 불기소나 불송치로 끝난다면 — 그 차이가 증거와 법리 때문인지, 다른 무엇 때문인지를 묻게 된다. 이 물음은 어느 한 진영의 것이 아니다. 같은 물음을 조국 사건에서는 한쪽이, 김건희 사건에서는 다른 쪽이 던졌다.

이 시리즈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답에 필요한 재료를 나란히 놓는다. 같은 유형의 행위가 어떻게 다르게 처리됐는지 — 수사의 강도, 기소의 유무, 적용된 죄목, 판결의 무게를 시간 순서대로 병렬한다. 그리고 반드시, "두 사건은 다르다"는 쪽의 논리를 처분 사유와 당사자 해명 그대로 싣는다. 차이를 설명하는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 논리를 다 읽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다.

표기 원칙 하나를 밝혀둔다. 이 시리즈에는 유죄가 확정된 사람과, 재판 중인 사람과,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람이 함께 등장한다. 각 인물의 법적 상태(확정/계류/불기소/불송치)를 매번 구분해 적으며, 재판이 끝나지 않았거나 시작되지 않은 사건의 당사자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여기 실렸다는 것이 유죄를 뜻하지 않는다 — 실린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이 처리된 방식이다.

출처

이 글은 잣대의 비대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도에서 관련 지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