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벨과 알랭 아스페 — 30년 철학 논쟁을 실험대에 올리다

1964 · 스위스 제네바 CERN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가속기 설계를 본업으로 하던 북아일랜드 출신 물리학자 존 벨은, 휴가 중이던 1964년 짬을 내 쓴 짧은 논문 하나로 아인슈타인-보어 논쟁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는 "숨은 변수가 있는 세계"와 "양자역학의 세계"가 실험에서 서로 다른 숫자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지점을 수학으로 짚어냈다 — 벨 부등식이다. 30년간 검증 불가능한 철학으로 취급되던 문제가 하루아침에 실험 물리학의 질문이 된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존 클라우저가 첫 실험에 나섰고, 1982년 파리 근교 오르세의 알랭 아스페가 광자가 날아가는 도중에 측정 방향을 바꾸는 정교한 실험으로 빈틈을 메웠으며, 1990년대 이후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가 남은 허점들을 하나씩 봉쇄했다. 결과는 매번 같았다 — 자연은 벨 부등식을 깬다. 얽힘은 실재하며, 아인슈타인이 기대한 숨은 변수의 세계는 없었다. 세 실험가는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패배담이 아니다 — 그의 집요한 반론이 없었다면 EPR도, 벨도, 얽힘의 실험도 없었을 것이고, 얽힘이 "철학"에서 "자원"으로 바뀌며 열린 양자암호와 양자컴퓨터의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위대한 반대자가 새 학문의 아버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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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양자역학 100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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