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 — 네 갈래의 선택지

2026 · 대한민국

이 시리즈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한 시리즈다. 다만 지금까지 쌓인 사료를 정리하면, 이제 이 시리즈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나올 수 있는 답의 목록 정도는 정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한 것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한민국 검찰·사법의 인적 기반은 식민지 사법 관료 조직에서 단절 없이 이어졌고(민복기), 그 조직은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무고한 사람을 사법 절차로 죽이는 도구가 될 수 있었으며(인혁당재건위), 민주화 이후에도 조작된 증거로 사람을 가두고 그 책임자들이 경력을 이어가는 일이 벌어졌다(강기훈). 이런 일이 가능했던 구조적 배경에는, 수사권·기소독점권·기소재량권을 한 조직이 동시에 쥐고 이를 견제할 시민 참여 장치가 취약했다는 사실이 있다(국제 비교). 그리고 현재도 검찰이 스스로 제시한 증거와 진술을 재판 중 번복하는 일이 확정 판결 이후까지 다툼거리로 남고(정경심), 기소 여부와 수사 강도, 재판 속도가 사건마다 이례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패턴이 이 자료실의 다른 시리즈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처벌의 기록·권력과 시간·잣대의 비대칭).

이 진단에 동의한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래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로 넘어간다. 실제로 제시돼 온 선택지는 여러 갈래다.

첫째, 수사·기소 완전 분리론.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 경찰(또는 별도 수사기관)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게 하자는 안이다. 영국의 CPS 모델이 참조된다. 지지하는 쪽은 이것이 한 조직의 권한 집중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고 본다. 반대하는 쪽은 재벌·고위공직자 범죄처럼 정교한 금융·법리 분석이 필요한 사건에서 수사 역량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둘째, 시민 참여형 기소 심사 도입론. 일본의 검찰심사회처럼,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시민이 참여하는 심사 기구를 두고 강제기소 권한까지 부여하자는 안이다. 지지하는 쪽은 지금까지의 사례들(나경원 13건 불기소, 최성해 위증 의혹 불송치 등)이 검찰의 불기소 재량이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고 본다. 반대하는 쪽은 무작위로 뽑힌 시민이 복잡한 법리 판단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론 재판으로 흐르지 않을지를 우려한다.

셋째, 선출직 전환론. 미국처럼 최소한 지역 단위 검사장을 선거로 뽑아 시민에게 직접 책임지게 하자는 안이다. 지지하는 쪽은 지금의 검찰이 국민이 아니라 상급자와 조직에만 책임진다는 게 근본 문제라고 본다. 반대하는 쪽은 선출직 검사가 정치화·포퓰리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미국에서도 지방검사장의 정치적 편향 논란은 드물지 않다.

넷째, 현행 구조 유지 + 감독 강화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이미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으니, 완전히 새 틀을 짜기보다 현재 기구들의 운영을 다듬고 국회·감사원 등의 감독을 강화하는 쪽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지지하는 쪽은 제도를 자주 바꾸는 것 자체가 수사 역량의 불안정을 낳는다고 본다. 반대하는 쪽은 공수처가 출범 이후 저조한 기소 실적으로 실효성 논란을 겪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손댄 개혁이 충분한 답이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이 시리즈는 이 네 갈래 중 어느 것이 옳다고 쓰지 않는다. 다만 이 시리즈가 기록한 사료들 — 식민지에서 이어진 인적 연속성, 조작된 사법살인, 번복된 증거, 불균등한 재량, 국제적으로 이례적인 권한 집중 — 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근거 없는 감정이 아니라는 점만큼은 사료로 뒷받침한다. 어떤 답을 택할지는 이 기록을 읽은 독자와, 궁극적으로는 이 문제를 표결할 유권자와 입법부의 몫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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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수술대 위의 검찰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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