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검찰이 가진 권한의 조합이 국제적으로 흔한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느 나라든 수사·기소·재판 중 최소 한 곳에는 견제 장치가 있다 — 한국은 그 견제가 유독 약했던 구조였다.
한국 검찰은 오랫동안 세 가지를 동시에 가졌다. 첫째, 직접 수사권(경찰과 별개로 검사가 스스로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는 권한). 둘째, 기소독점권(형사소송법 246조에 따라 공소 제기는 검사만 할 수 있다). 셋째, 기소편의주의(247조에 따라 혐의가 있어도 검사 재량으로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세 권한이 한 조직에 동시에 집중된 구조는, 아래에서 보듯 비교 대상국 대부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기소권을 지역 단위로 잘게 쪼갠다. 각 카운티의 지방검사장(District Attorney)은 대부분의 주에서 주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이다 — 유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구조인 셈이다. 검사는 원칙적으로 "기소 전문가"(prosecutor의 어원)로,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공소를 제기하는 역할이 중심이고 직접 수사는 제한적이다. 대신 대배심(Grand Jury) 제도가 있어,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이 기소 여부 자체를 판단하거나 검사의 소환 명령권 행사를 매개한다. 검사가 기소를 거부할 때 시민이 직무집행명령(mandamus)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
독일은 원칙 자체가 다르다. 기소편의주의가 아니라 기소법정주의(Legalitätsprinzip)가 원칙이어서, 검사는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원칙적으로 기소해야 하고 재량으로 사건을 덮을 여지가 한국보다 훨씬 좁다. 프랑스 역시 범죄 피해자가 직접 소추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을 인정해, 검찰이 기소하지 않기로 한 사건이라도 피해자가 직접 절차를 개시할 길을 열어둔다.
일본은 한국과 가장 유사한 기소독점·기소편의 구조를 갖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장치가 하나 있다 — 검찰심사회다. 각 지방재판소 관할마다 무작위로 선정된 유권자 11명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타당했는지를 심사한다. 2009년 법 개정 이후에는 이 심사회가 두 차례에 걸쳐 "기소상당" 의결을 내리면, 검찰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건이 강제기소된다 — 기소독점주의의 명시적 예외다. 2008년까지 약 15만 건의 불기소 사건이 심사됐고 그중 11.3%가 불기소 부당·기소 상당으로 의결됐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기소돼 징역 10년형이 나온 사례도 있다. 한국에는 이와 같은 시민 참여형 불기소 심사·강제기소 제도가 없다 —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려면 재정신청 등 법원을 통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문턱은 검찰심사회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은 아예 수사와 기소를 기관 자체로 분리한다.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기소 여부와 공소 유지는 별도 독립기관인 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CPS)이 맡는다 —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이 애초에 다른 조직이라 상호 견제가 구조적으로 내장돼 있다.
이 비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선출을 통한 책임(미국), 재량을 좁히는 원칙(독일), 시민에 의한 사후 심사(일본), 기관 자체의 분리(영국) — 각국은 검찰(또는 그에 준하는 기관)의 권한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구조적 견제를 뒀다. 이 시리즈 앞선 글들에서 다룬 문제들 — 위조 증거를 재판 중 번복해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것, 불기소 처분에 시민이 실질적으로 개입할 통로가 마땅치 않은 것, 한 조직이 수사와 기소 판단을 모두 쥐는 것 — 은 이 비교 위에서 보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에 가깝다. 검경 수사권 조정(2021)과 공수처 출범(2021)은 이 구조를 부분적으로 손댄 시도였다 — 그 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이 시리즈의 다음 글들이 다룰 주제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