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재판 시간의 가장 극단적인 값이다 — 0이다. 기소되지 않으면 애초에 시계가 돌지 않는다.
2020년 시민단체들은 나경원 전 의원의 딸 성신여대 입학·성적 관련 의혹, 아들의 서울대 연구실 특혜·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 등으로 13건의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12월 이 13건 전부를 불기소 처분했다 — 딸의 성적 정정 의혹 등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입학 관련 의혹 일부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공소권 없음이었다. 아들의 연구실 특혜 의혹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다시 불기소했다.
고발부터 불기소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 시리즈의 다른 사건들 — 패스트트랙(1심만 6년), 윤미향(확정까지 4년 2개월), 조국(확정까지 약 5년), 곽상도(항소심만 1년 9개월 정지) — 과 비교하면 처리 속도 자체는 빨랐다. 다만 처리의 속도가 빨랐다는 것과, 처리에 이르는 수사가 깊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나 전 의원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처음 보도한 기자를 나 전 의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별도 사건에서는, 1심과 2심 모두 기자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 보도의 사실성이 법원에서 인정됐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 시간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이다. 패스트트랙 사건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가"를 남겼다면, 이 사건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났는가"를 남긴다. 두 질문은 같은 시리즈의 양 끝에서 같은 것을 묻는다 — 시간의 길이를 정하는 것은 사건의 무게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