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자료집 ① 이 문서들은 어떻게 워싱턴에 있었나

1996 7월 · 미국 국립문서보관소(메릴랜드 칼리지파크)

1996년 7월, 한림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가 『빨치산 자료집』 일곱 권을 비매품으로 펴냈다. 발간사는 최영희 소장 명의이고, 해외 문헌 발굴은 방선주 박사가 맡았다. 일러두기는 이렇게 적었다 — 1950년 한국전쟁 때 노획한 빨치산(유격대) 문건과 같은 시기 작성된 한국경찰대의 일일보고서를 함께 묶은 것이며, 미국 워싱턴의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다가 기밀 해제된 문건의 일부분이다. 원자료를 일체 손대지 않고 그대로 복사·사진 촬영해 수록했다.

이 문서들이 왜 미국에 있었는지는 문서 자체가 말한다. 1권 134쪽에 미 8군(EUSAK) 502 군사정보중대의 노획 태그가 붙어 있다 — 1952년 10월 22일 50연대 1대대가 노획, 1953년 2월 9일 정리, 평가 등급 B. 그 옆에는 한국 측이 붙인 「敵書通報」 표지가 있어 문서명(北上루트 略圖)과 노획 경위가 적혀 있다. 산에서 빼앗은 종이가 부대를 거쳐 미군 정보기관으로 넘어가고, 워싱턴으로 실려 가서 40년을 잠들었다가 돌아온 경로다.

일곱 권의 성격은 셋으로 갈린다. 1·2권(문건편 1·2)은 빨치산이 직접 쓴 한글 문건이다 — 회의록, 명령서, 결정서, 경고문, 대원 명단, 부대 편제표, 통계표, 대원 자서전, 원호증, 훈장 수여증. 손글씨 등사본이라 문자 추출이 되지 않고 눈으로 한 장씩 읽어야 한다. 3~5권(문건편 3~5)은 한국 국립경찰 본부가 미군에 올린 영문 「Daily Enemy Activity Report」로,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일의 교전·수색·피해가 지역별로 적혀 있다. 타자기 문서라 텍스트 추출이 되고, 그래서 이름·지명·날짜로 검색할 수 있다. 6·7권(신문편)은 빨치산이 산에서 발행한 신문이다.

이 자료집의 진짜 힘은 셋이 한 상자에 있다는 데 있다. 같은 날 같은 산을 두고 산의 기록과 경찰의 기록이 각각 뭐라고 적었는지를 나란히 놓을 수 있다. 이 시리즈는 그 작업의 첫 걸음이다 — 1·2권에서 통계표와 문건 몇 점을 골라 판독하고, 3~5권 1,751쪽을 검색 가능한 말뭉치로 만들어 몇 가지를 찾아봤다. 6·7권은 아직 열지 않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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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빨치산 자료집 읽기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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