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적혔나 — 날씨, 지진, 그리고 왕의 말실수

1450 · 한양

실록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감을 잡으려면, 그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부터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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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골격**

실록은 편년체다. 날짜 순으로 적는다.

하루치 기사는 대개 이런 순서로 구성된다. 그날의 간지와 날씨, 왕의 동정, 인사 발령, 신하들이 올린 글과 그에 대한 왕의 답변, 각 지방에서 올라온 보고, 그리고 사관의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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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많은 것들**

**날씨와 자연현상** — 비가 왔는지 눈이 왔는지, 우박이 떨어졌는지, 지진이 났는지, 혜성이 나타났는지를 적었다.

이 기록들이 오늘날 뜻밖의 쓰임을 얻었다. 기상학·천문학·지질학 연구자들이 실록을 자료로 쓴다. 500년 치 기상 관측 기록이 연속적으로 남아 있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지진 발생 기록을 정리해 한반도 지진 활동을 연구하거나, 가뭄과 홍수 기록으로 기후 변동을 추적하는 연구가 실제로 이뤄진다.

**전염병과 기근** — 어느 고을에 역병이 돌아 몇 명이 죽었다는 보고가 실린다.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이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물가와 세금** — 쌀값이 얼마인지, 어느 지역에 세금을 감면했는지가 적힌다.

**외교** — 명·청과 주고받은 문서, 일본과 여진의 사신 접대, 표류해 온 외국인에 대한 처리.

**범죄와 재판** — 살인 사건의 심리 과정, 형벌의 집행, 사면.

**왕실의 일상** — 왕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어떤 약을 썼는지까지 적힌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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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의 논평**

실록에서 특징적인 것이 사론(史論)이다.

기사 끝에 사신왈(史臣曰) — 사관이 말하기를 — 로 시작하는 대목이 붙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사관이 그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자기 평가를 적는다.

칭찬도 있지만 비판이 더 많다. 왕의 처사가 옳지 않았다거나, 어떤 신하가 아첨했다거나, 어떤 결정이 나라를 그르쳤다는 식이다.

왕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나온다. 죽은 왕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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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기**

주요 인물이 죽으면 그 기사에 졸기(卒記)를 붙였다. 일종의 부고이자 평전이다.

출신과 이력을 적고,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평가한다.

졸기가 흥미로운 것은 평가가 꽤 솔직하다는 점이다.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이라도 인물됨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렇게 적혔다. 탐욕스러웠다거나, 아첨을 잘했다거나, 재주는 있으나 덕이 부족했다는 식이다.

같은 인물의 졸기가 원본 실록과 수정실록에서 정반대로 서술되는 경우도 있다. 앞 편에서 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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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말실수까지**

실록에는 왕이 화를 낸 장면, 신하와 언쟁한 장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 장면도 적혀 있다.

신하가 왕에게 대놓고 반대하는 대목, 왕이 그것을 못마땅해하는 대목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것이 실록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정제된 공식 기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대목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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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의 특별한 부록**

『세종실록』에는 일반적인 실록 기사 외에 부록이 붙어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 — 전국 각 고을의 인구, 토지, 특산물, 성씨, 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조선 초기 사회경제사 연구의 기본 자료다. 독도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칠정산** — 조선의 역법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천체 운행을 계산한 것으로, 당시 동아시아에서 자국 기준 역법을 만든 사례는 드물었다.

**아악보** — 궁중 음악의 악보다.

**오례의** — 국가 의례의 규정이다.

이런 자료들이 실록 안에 함께 묶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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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없나**

반대로 실록에 없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록은 중앙 정부의 기록이다. 왕과 관료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적힌다.

평범한 백성의 일상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오더라도 통계나 사건의 형태로 나온다 — 몇 명이 굶어 죽었다, 어디서 도적이 일어났다는 식이다.

여성에 관한 기록도 제한적이다. 왕비나 후궁, 혹은 열녀나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아니면 이름조차 남지 않는다.

노비, 상인, 장인의 삶은 그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만 등장한다.

이것은 실록의 결함이라기보다 성격이다. 국가 기록은 국가가 본 것을 적는다. 그 바깥을 알려면 다른 자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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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오늘날 조선왕조실록은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원문과 번역문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검색도 된다. 특정 인물의 이름이나 사건을 넣으면 관련 기사가 나온다.

왕도 볼 수 없었던 기록을 지금은 누구나 검색해서 읽는다.

이 변화가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뒤에서 다시 다룬다.

출처

이 글은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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