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언덕이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

2026 · 서울·대전(국립현충원)

열 편의 기록을 지나며 이 시리즈가 확인한 것은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다. 정부는 12명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공식 결정했으면서도 그들을 국립묘지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13명의 12·12 관련자는 유죄와 무죄, 확정과 미확정 사이의 우연한 시점 차이 덕분에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20년 가까운 입법 시도는 매번 국회의 문턱에서 멈췄다. 이 구조를 정치적 유불리로만 읽으면 놓치는 것이 있다. 국립묘지법의 허점은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확정판결"이라는 법치주의의 원칙 그 자체가 만들어낸 사각지대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소급 입법 금지라는, 민주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원칙들이 역설적으로 이 사각지대를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나쁜 사람을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가 예우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년째 발의되고 폐기되기를 반복하는 법안처럼, 그리고 4년째 자택에 머무는 한 전직 대통령의 유해처럼, 이 언덕은 여전히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이 글은 현충원의 역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지도에서 관련 지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