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덕, 몇 걸음 거리 — 저항한 이와 반란을 일으킨 이

2010 · 대전(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

12·12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장태완은 반란군 진압을 시도한 몇 안 되는 지휘관 중 한 명이었다. 시도는 실패했고, 그는 서빙고 대공분실로 끌려가 45일간 조사받은 뒤 강제 예편당했다. 그의 이야기는 2023년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의 실제 모델이 됐다. 2010년 사망한 그는 국립대전현충원 장군2묘역 132호에 안장됐다. 그런데 같은 장군2묘역 064호에는 정동호가 잠들어 있다. 대통령경호실장 직무대리로서 하나회 소속이었던 그는 반란 당시 경호실 병력으로 최규하 대통령을 감금하는 데 가담한 인물이다. 그리고 장군1묘역으로 가면, 002호에 반란을 주도한 유학성이, 003호에 5·18 유혈진압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진종채 전 2군사령관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반란에 맞선 이와 반란을 주도한 이가, 걸어서 몇 분이면 닿는 같은 언덕에 함께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 물리적 인접성은 어떤 통계나 법조문보다 이 사안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 국립묘지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공간이라는 원칙과, 그 공간이 실제로 담고 있는 풍경 사이의 간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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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충원의 역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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