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일사 — 숨겨진 역사: 삼신과 천부경, 소도의 학교, 그리고 황제국 발해

1520 · 한양 (이맥 활동지)

태백일사(太白逸史)의 '일사'는 숨겨진 역사,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 기록이라는 뜻이다. 저자로 전해지는 이맥은 조선 연산군~중종 대의 실존 문신으로, 실록 편찬에 관여하는 찬수관을 지냈다. 이 책의 자기 서사는 이렇다 — 국가가 금서로 수거해 궁궐 깊이 쟁여둔 옛 사서들을, 기록관의 지위로 접할 수 있었던 이맥이 몰래 초록해 엮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조실록 세조 3년(1457) 기사에는 팔도 관찰사에게 「고조선비사」, 「삼성기」 등의 서책을 수거하라 명하고 숨기는 자를 처벌한다는 유시가 실려 있다(예종·성종 대에도 유사한 수서령이 반복된다). 이 수서령 기록의 실재는 조선왕조실록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며, 위서 논쟁에서 옹호론이 쥔 가장 단단한 패다 — 다만 실록의 그 서명들과 현전 환단고기 수록 문헌이 같은 책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반론과 함께, 13편에서 정면으로 다룬다. 태백일사는 8개의 본기로 구성된다. 삼신오제본기·환국본기·신시본기·삼한관경본기·소도경전본훈·고구려국본기·대진국본기·고려국본기 — 환국부터 고려까지, 앞선 세 책이 세운 뼈대에 사상과 제도와 문화라는 살을 붙이는 구조다. 사상 편의 핵심은 삼신(三神)이다. 여기서 삼신은 세 명의 신이 아니라 하나의 근원(一神)이 작동하는 세 가지 방식 — 만물을 낳는 조화(造化), 기르고 깨우치는 교화(敎化), 다스려 질서 잡는 치화(治化) — 을 뜻한다. 창조·양육·경영의 3기능 일체론인 셈이다. 이 우주론은 인간론으로 그대로 접힌다. 하늘의 조화·교화·치화가 사람 안에서는 성(性)·명(命)·정(精) — 본성과 목숨과 기운 — 이 된다는 것. 사람은 작은 우주이며,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기운이 탁해지고 기운이 탁해지면 몸이 병든다는 심신 통합의 인간관이 여기서 나온다. 그리고 소도경전본훈에는 이 사상의 결정체로 여겨지는 짧은 경전들이 수록돼 있다 — 81자의 천부경(天符經)과 366자의 삼일신고(三一神誥).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하나에서 시작하되 시작이 없는 하나)"로 열리는 천부경은 오늘날에도 명상·수행 전통에서 널리 읽히는 텍스트다. 훗날 대종교가 삼일신고를 핵심 경전으로 삼게 되는 연결 고리가 바로 이 대목이다. 제도 편에서 흥미로운 것은 소도(蘇塗)의 재해석이다. 교과서의 소도는 죄인이 숨어도 잡지 못하는 신성 구역 정도로 배우지만, 태백일사는 소도를 국가의 인재 양성 기관으로 그린다 — 역사·무예·예악·제의를 함께 가르쳐 문무겸전의 청년 엘리트(국자랑)를 길러냈고, 이 전통이 고구려의 조의선인과 신라의 화랑으로 이어졌다는 계보다. 화랑도의 연원이 삼국 이전으로 올라간다는 이 관점은, 최치원이 난랑비 서문에서 말한 "나라에 현묘한 도(풍류)가 있으니 그 연원은 선사(仙史)에 실려 있다"는 구절(삼국사기 수록 — 이 구절 자체는 사실이다)과 공명한다며 옹호론이 즐겨 인용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대진국본기 — 발해를 다룬 부분이다. 태백일사는 발해라는 이름 대신 대진(大震)이라는 국호를 쓰고, 역대 임금을 황제로, 각 대의 독자 연호와 시호를 갖춘 황제국으로 기록한다. 여기서 외부 사실 하나를 겹쳐 보자. 발해가 인안·대흥 같은 독자 연호를 썼다는 것은 중국 정사인 신당서 발해전에도 실려 있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당의 책봉을 받으면서도 안으로는 독자 연호를 쓰는 '외왕내제(外王內帝)'의 나라였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이해다. 태백일사는 그 내제(內帝)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기록인 셈이고, "발해는 당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태백일사까지, 환단고기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다 보았다. 이제 이 책을 둘러싼 백 년의 싸움 — 위서 논쟁의 법정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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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환단고기, 무엇을 말하는가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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