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세기에서 후대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기록 둘을 이번 편에서 본다. 하나는 문자, 하나는 별이다. 첫째, 가림토(加臨土). 단군세기는 3세 단군 가륵 재위 2년(기원전 2181년)에 삼랑 을보륵에게 명하여 정음(正音) 38자를 만들게 하니 이를 가림토라 한다고 기록한다. 배경 설명이 흥미롭다 — 말은 지방마다 다른데 뜻글자(한자 계통)로는 서로 통하지 않아 백성의 뜻이 막혔다는 것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서문("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과 놀랍도록 같은 문제의식이다. 그리고 환단고기에 실린 가림토 38자의 자형을 보면 ㄱ·ㄴ·ㄷ·ㅁ·ㅅ 같은 자음과 ㅏ·ㅓ·ㅗ·ㅜ 같은 모음이 훈민정음과 사실상 겹친다. 여기서 두 갈래 해석이 정면충돌한다. 옹호론 — 세종실록에 실린 정인지의 훈민정음 서문에는 "자방고전(字倣古篆)", 글자는 옛 전자를 본떴다는 구절이 실제로 있다(이것은 실록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 '옛 글자'의 정체가 수백 년간 논쟁이었는데, 가림토가 바로 그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서론 — 자형이 훈민정음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야말로 결정적 반증이라는 입장이다.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제자 원리가 해례본에 낱낱이 설명된, 창제 과정이 문서로 남은 드문 문자다. 3600년 전의 문자가 그것과 같은 꼴이라면, 훈민정음이 가림토를 베낀 게 아니라 가림토(를 실은 문헌)가 훈민정음 이후에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간명하다는 논리다. 문자학계의 다수 견해는 후자다. 둘째, 오성취루(五星聚婁). 단군세기 13세 단군 흘달 조에는 무진 50년(기원전 1733년) "다섯 별이 루(婁) 별자리에 모였다"는 여덟 글자의 천문 기록이 있다. 오성은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 다섯 행성이 하늘 한 구역에 모이는 것은 수백 년에 한 번 있을까 한 희귀 현상이다. 1993년 천문학자 박창범과 라대일이 이 기록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했다(이 논문의 존재는 사실이다). 계산 결과 기원전 1734년 7월, 다섯 행성이 실제로 하늘에 나란히 모이는 결집 현상이 있었다 — 기록과 1년 차이다. 옹호론은 이를 결정적 물증으로 든다. 20세기의 위작자가 천체역학 계산 없이 3600년 전의 행성 배치를 맞출 수는 없으므로, 당대의 실제 관측 기록이 전승됐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반론도 정리해두자 — 결집 위치가 기록의 루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가에 대한 이견, 1년의 오차, 그리고 근대에도 행성 운행의 역산 자체는 천문학 지식이 있으면 가능했다는 지적, 무엇보다 설령 이 한 조각이 진짜 옛 기록이라 해도 그것이 책 전체의 진실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방법론적 반박이다(진서 속에도 오류가 있고 위서 속에도 진실 조각이 섞일 수 있다). 오성취루는 이 책 전체에서 과학의 언어로 다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목이며, 그래서 14편의 검증대에서 가장 비중 있게 재론한다. 정치사의 격변도 이 시기에 기록돼 있다. 21세 단군 소태 말년(기원전 1285년), 우현왕 색불루가 무력으로 왕위를 차지하고 도읍을 백악산 아사달로 옮긴다 — 단군세기가 기록하는 최초의 무력 정권 교체다. 색불루는 살인·상해·절도를 엄벌하는 법을 세우고 국가 체제를 전시형으로 재편했다고 기록되는데, 이 시기 구분(송화강 아사달 → 백악산 아사달 → 장당경 아사달의 세 왕조)이 단군세기 연대기의 뼈대다. 평화로운 제사장의 나라가 힘의 나라로 변모하는 이 전환을, 책은 은·주 교체기 중원의 혼란과 유민 유입이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서술한다. 2천 년 왕조의 후반전 — 쇠퇴와 마지막 불꽃 — 은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단군세기 (2) — 가림토 38자와 오성취루: 검증대에 오른 두 기록
출처
- [단행본] 환단고기 단군세기 (가륵조·흘달조·색불루조)
- [논문] 단군조선시대 천문현상기록의 과학적 검증
- [기록보존소] 세종실록 — 정인지 훈민정음 서문 "자방고전" 구절
이 글은 환단고기, 무엇을 말하는가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