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기 (1) — 환국: "우리 환의 건국이 가장 오래되었다"

-7197 · 천산·바이칼 일대 (기록상 강역)

삼성기 상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환건국(吾桓建國)이 최고(最古)라" — 우리 환(桓)의 나라 세움이 가장 오래되었다. 역사서의 첫 문장으로는 대단히 도발적인 선언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가 우리의 뿌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환단고기가 기록하는 그 나라, 환국(桓國)의 스펙은 이렇다. 건국은 기원전 7197년 — 지금으로부터 약 9200년 전, 고고학의 시대구분으로는 신석기 초입에 해당하는 시점이다. 존속 기간은 3301년. 통치자는 환인(桓仁)이라 불렸고, 모두 일곱 분의 환인이 다스렸다고 한다. 초대 환인의 이름은 안파견(安巴堅)이다. 강역은 "남북 5만 리, 동서 2만 리" — 문자 그대로 계산하면 남북 2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현대 국경 개념으로는 성립 불가능한 크기다. 중심지는 천해(天海) 동쪽 — 재야 연구자들은 천해를 바이칼 호수로, 중심 무대를 천산(파미르)에서 바이칼에 이르는 중앙아시아~시베리아 일대로 해석한다. 숫자들이 벌써 아찔하다. 일곱 명이 3301년을 다스렸다면 1인당 평균 재위가 470년이다. 환단고기를 문자 그대로 읽으면 여기서 책을 덮게 된다. 그래서 옹호론 쪽에서도 대개 이렇게 해석한다 — 환인은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통치 칭호이며, "7대"는 일곱 명의 개인이 아니라 일곱 개의 왕조 혹은 통치 시기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조선 왕조가 519년에 27명의 왕을 두었듯, 안파견 환인 "시대"가 수백 년 이어졌다고 읽는 방식이다. 안파견이라는 호칭 자체를 삼성기는 "하늘을 이어 아버지가 되었다(繼天立父)"는 뜻으로 풀이하는데, 재야 언어학 쪽에서는 이를 '아버지'+'큰(칸)'의 고어로 읽기도 한다 — 위대한 아버지, 즉 부권적 지도자의 칭호라는 해석이다. 환국의 통치 구조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다. 환국은 단일 국가가 아니라 12개 나라의 연방이었다고 한다. 비리국, 양운국, 구막한국, 구다천국, 일군국, 우루국, 객현한국, 구모액국, 매구여국, 사납아국, 선비국(시위국), 수밀이국 — 태백일사 환국본기에 이 12연방의 이름이 하나하나 기록돼 있다(이름 목록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뜯어본다). 통치 이념으로는 훗날 홍익인간으로 이어지는 광명(光明) 사상이 제시된다. 환(桓)이라는 글자 자체가 '환하다', 즉 빛을 뜻한다는 것이 이 계통 해석의 일관된 축이다. 여기서 층위를 한번 정리하자. 기원전 7197년이라는 연대, 7대 3301년, 12연방 — 이것은 모두 환단고기 내부의 기록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 신석기 초입의 중앙아시아~시베리아에 국가 단위의 정치체가 존재했다는 것은 주류 고고학의 시대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국가의 성립은 통상 청동기 이후로 본다). 반면 옹호론은 "여기서의 '나라'를 근대적 국가가 아니라 동일 문화권·제사 공동체의 연합으로 읽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즉 이슬람 문화권, 그리스도교 문명권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문명 벨트'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읽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 이 책은 첫 장부터, 한반도에 갇힌 역사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무대로 삼는 스케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출처

이 글은 환단고기, 무엇을 말하는가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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