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② 제자해(상) — 소리와 오행, 그리고 발음기관을 본뜬 글자
원문
天地之道,一隂陽五行而已。坤復之間為太極,而動静之後為隂陽。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隂陽而何之。故人之聲音,皆有隂陽之理,頋人不察耳。今正音之作,初非智營而力索,但因其聲音而極其理而已。理旣不二,則何得不與天地鬼神同其用也。 正音二十八字,各象其形而制之。 初聲凡十七字。牙音ㄱ,象舌根閉喉之形。舌音ㄴ,象舌附上腭之形。脣音ㅁ,象口形。齒音ㅅ,象齒形。喉音ㅇ,象喉形。ㅋ比ㄱ,聲出稍厲,故加畫。ㄴ而ㄷ,ㄷ而ㅌ,ㅁ而ㅂ,ㅂ而ㅍ,ㅅ而ㅈ,ㅈ而ㅊ,ㅇ而ㆆ,ㆆ而ㅎ,其因聲加畫之義皆同,而唯ㆁ為異。半舌音ㄹ,半齒音ㅿ,亦象舌齒之形而異其體,無加劃之義焉。 夫人之有聲本於五行。故合諸四時而不悖,叶之五音而不𢨾。喉邃而潤,水也。聲虗而通,如水之虗明而流通也。於時為冬,於音為羽。牙錯而長,木也。聲似喉而實,如木之生於水而有形也。於時為春,於音為角。舌銳而動,火也。聲轉而颺,如火之轉展而揚揚也。於時為夏,於音為徵。齒剛而斷,金也。聲屑而滯,如金之屑𤨏而鍛成也。於時為秋,於音為商。脣方而合,𡈽也。聲含而廣,如𡈽之含蓄萬物而廣大也。於時為季夏,於音為宮。然水乃生物之源,火乃成物之用,故五行之中,水火為大。喉乃出聲之門,舌乃辨聲之管,故五音之中,喉舌為主也。喉居後而牙次之,北東之位也。舌齒又次之,南西之位也。脣居末,𡈽無㝎位而寄旺四季之義也。是則初聲之中,自有隂陽五行方位之數也。
해례본 제자해(制字解) 전반부. 초성 열일곱 자가 조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원리와, 오행·계절·오음에 대응시킨 이론을 밝힌다. 제자해는 해례본에서 가장 긴 부분이라 두 편으로 나눈다.
현대어로 읽기
천지의 도는 오직 음양오행뿐이다. 곤(坤)과 복(復) 사이가 태극이 되고, 움직이고 멈춘 뒤에 음양이 된다. 무릇 살아있는 무리로서 천지 사이에 있는 것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에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으나, 다만 사람이 살피지 못할 뿐이다. 이제 정음을 만든 것도 처음부터 슬기로 마련하고 힘으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소리를 바탕으로 그 이치를 다한 것일 뿐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니, 어찌 천지 귀신과 더불어 그 씀을 함께 하지 않겠는가. 정음 스물여덟 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초성은 무릇 열일곱 자이다. 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떴고, 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떴고, 입술소리 ㅁ은 입 모양을 본떴고, 잇소리 ㅅ은 이 모양을 본떴고, 목구멍소리 ㅇ은 목구멍 모양을 본떴다. ㅋ은 ㄱ에 비해 소리가 세게 나므로 획을 더했다. ㄴ에서 ㄷ으로, ㄷ에서 ㅌ으로, ㅁ에서 ㅂ으로, ㅂ에서 ㅍ으로, ㅅ에서 ㅈ으로, ㅈ에서 ㅊ으로, ㅇ에서 ㆆ으로, ㆆ에서 ㅎ으로, 소리를 바탕으로 획을 더한 뜻은 모두 같으나 오직 ㆁ만은 다르다. 반혓소리 ㄹ과 반잇소리 ㅿ도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으나 그 모양을 달리해, 획을 더한 뜻은 없다. 무릇 사람이 소리를 가짐은 오행에 근본을 두므로, 사계절에 맞추어도 어긋나지 않고 오음에 맞추어도 어긋나지 않는다. 목구멍은 깊고 젖어 있으니 물이다. 소리는 비어서 통하니, 물이 투명하여 흘러 통함과 같다. 계절로는 겨울, 음으로는 우(羽)가 된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나무다. 소리는 목구멍과 비슷하나 차 있으니, 나무가 물에서 나서 형체가 있음과 같다. 계절로는 봄, 음으로는 각(角)이 된다. 혀는 날카롭고 움직이니 불이다. 소리가 구르고 날리니, 불이 구르고 퍼져 타오름과 같다. 계절로는 여름, 음으로는 치(徵)가 된다. 이는 단단하여 끊으니 쇠다.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니, 쇠가 부스러졌다가 단련되어 이루어짐과 같다. 계절로는 가을, 음으로는 상(商)이 된다. 입술은 모나고 합해지니 흙이다. 소리는 머금고 넓으니, 흙이 만물을 품어 넓고 큼과 같다. 계절로는 늦여름, 음으로는 궁(宮)이 된다. 그러나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이요 불은 만물을 이루는 작용이므로 오행 중 물과 불이 크다. 목구멍은 소리가 나오는 문이요 혀는 소리를 가리는 기관이므로 오음 중 목구멍과 혀가 주가 된다. 목구멍이 뒤에 있고 어금니가 그다음이니 북쪽과 동쪽 자리요, 혀와 이가 또 그다음이니 남쪽과 서쪽 자리요, 입술이 끝에 있으니 흙이 정해진 자리 없이 네 계절에 왕성함을 부치는 뜻이다. 이것이 곧 초성 중에 스스로 음양오행 방위의 수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 [기록보존소]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간송미술관 소장)
- [기록보존소] 위키문헌 — 훈민정음
이 글은 훈민정음 해례본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