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페의 베짜기 — 기다림도 하나의 영웅담이다

-1200 · 이타카

「오디세이아」에는 바다에서 싸우는 남편만큼 중요한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다. 집에서 20년을 버틴 아내 페넬로페다.

남편이 죽었다고 여긴 108명의 구혼자가 그녀에게 재혼을 강요했다. 페넬로페는 거절할 수도, 무작정 버틸 수도 없는 처지에서 꾀를 낸다. "시아버지의 수의(장례용 옷)를 다 짜면 그중 한 명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몰래 그것을 다시 풀었다. 옷이 영영 완성되지 않으니 결혼도 미룰 수 있었다. 3년을 그렇게 버텼다. 남편이 바다에서 꾀로 위기를 넘기는 동안, 아내는 집에서 꾀로 시간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 이 부부는 지혜로 짝을 이룬다.

마침내 거지로 변장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아무도 당기지 못하는 자신의 활을 쏘아 정체를 드러내고 구혼자들을 응징한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곧바로 그를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마지막 시험을 한다 — 침대를 옮기라고 하인에게 지시하는 척한 것이다. 그러자 오디세우스가 발끈한다. "그 침대는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를 기둥 삼아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 옮길 수 없다!" 오직 진짜 남편만 아는 비밀이었다. 그제야 페넬로페는 눈물을 흘리며 20년 만에 그를 품에 안는다.

「오디세이아」가 그리는 귀환은 단순히 "집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알아보고, 부부의 자리와 질서를 되찾는 것까지가 진짜 귀환이다. 전쟁과 모험의 대서사가 부부의 침대에 관한 이야기로 끝난다는 것 — 여기에 이 서사시의 깊이가 있다.

【그때 한반도는】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오는 이 서사가 완성되던 시기,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에서 상(은)나라가 저물고 주나라가 일어서고 있었다.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도 그런 동아시아의 큰 흐름 속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자기 색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질서를 되찾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처럼, 각 지역의 사람들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기 사회의 질서를 세워가던 시대였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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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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