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의 10년 표류는 위험한 모험의 연속이다. 그중 오늘날까지 관용어로 남은 유명한 장면 셋만 보자.
첫째,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오디세우스 일행은 이마에 눈이 하나뿐인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혀 동료들이 잡아먹힌다. 오디세우스는 힘으로는 못 이기자 꾀를 낸다. 자기 이름을 "아무도 아니(Nobody)"라고 속이고, 거인을 술 취해 잠들게 한 뒤 하나뿐인 눈을 창으로 찔러 멀게 한다. 다른 거인들이 "누가 널 해쳤냐"고 묻자 폴리페모스는 "아무도 아니가 날 해쳤다!"라고 외쳐,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는다. 힘의 세계를 말로 뚫는 오디세우스다운 장면이다.
둘째, 세이렌.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홀려 배를 난파시키는 바다의 요정들이다. 오디세우스는 그 노래를 듣고 싶으면서도 죽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노래를 듣되 몸을 돛대에 묶게 했다. "치명적인 유혹을 이기는 법"의 상징으로, "세이렌의 노래"는 지금도 거부하기 힘든 위험한 유혹을 뜻한다.
셋째, 스킬라와 카립디스. 좁은 해협의 양쪽에 각각 머리 여섯 달린 괴물(스킬라)과 모든 것을 삼키는 소용돌이(카립디스)가 있어, 어느 쪽으로 가도 위험하다. 여기서 "스킬라와 카립디스 사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두 개의 나쁜 선택지 사이에 낀 진퇴양난을 뜻한다. 우리말의 "진퇴양난"이나 "이러지도 저러지도"와 똑같은 상황이다.
이 괴물들은 실제 지중해 항해의 위험(암초, 소용돌이, 낯선 부족)이 이야기로 바뀐 것으로 흔히 해석된다. 3천 년 전 뱃사람들에게 바다는 그만큼 미지의 공포였다.
【그때 한반도는】 이런 이야기들이 그리스에서 노래로 다듬어지던 청동기 후기, 한반도에서는 부여 송국리 같은 곳에 계획된 마을이 들어서고 있었다. 둥근 움집을 짓고, 마을 둘레에 도랑을 파고, 공동으로 벼를 저장했다. 바다의 괴물과 싸우는 영웅 이야기 대신, 한반도의 이 시대는 "함께 모여 농사짓고 마을을 이루는" 정착민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