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여름 나폴레옹이 유럽 여러 나라의 병력을 모아 러시아로 들어왔다. 러시아군은 결전을 피하고 물러났고, 모스크바는 불탔으며, 겨울이 오자 후퇴하는 대군이 무너졌다. 살아 돌아간 병력은 극히 일부였다.
넓은 땅과 긴 겨울은 이 제국의 방어 자산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보급선이 길어질수록 약해지는 원정군의 구조, 물러나면서 상대를 소모시키는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감당할 수 있었던 국가의 동원력이 함께 작용했다.
이 승리로 러시아는 유럽의 강대국 자리에 확실히 올라섰다. 파리까지 진격했고, 전후 유럽의 질서를 짜는 회의에서 주요 발언권을 가졌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유럽 각지의 혁명을 진압하는 쪽에 서면서 「유럽의 헌병」이라 불렸다.
그런데 그 지위가 안에서는 변화를 늦추는 쪽으로 작용했다. 이길 수 있었던 체제이므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유럽에 다녀온 장교들이 본 것을 가지고 돌아와 1825년 봉기를 일으켰지만 진압되었고, 주동자들은 처형되거나 시베리아로 보내졌다.
농노제는 그로부터 36년을 더 갔다. 해방령이 나온 것은 1861년인데, 그 직접적 계기는 크림 전쟁의 패배였다. 이겼을 때는 바꾸지 않다가 졌을 때 바꾼 것이다.
같은 시기 오스만은 탄지마트를, 청은 서양식 군대와 공장을 들이는 개혁을 시작하고 있었다. 세 제국 모두 패배가 개혁의 계기였고, 세 개혁 모두 절반의 성과에서 멈췄다.
큰 승리는 한 나라를 어떻게 바꿀까? 이겨 본 경험이 다음 변화를 막는다면, 우리는 승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