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에 로마는 거의 무너졌다. 50년 사이에 황제가 스무 명 넘게 바뀌었고, 지방 군대가 각자의 황제를 세워 제국이 한때 셋으로 갈라졌다. 역병이 돌고 은화의 은 함량이 바닥까지 떨어져 화폐 경제가 무너졌으며, 여러 국경이 동시에 뚫렸다. 260년에는 황제가 사산조 페르시아에 사로잡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 로마사에서 유일한 사건이다.
제국은 살아남았지만 이전과 다른 나라가 되어 있었다. 황제는 시민 중의 첫째가 아니라 신성한 군주가 되었고, 행정과 군사가 분리되었으며, 세금은 화폐 대신 현물로 걷었다. 그리고 두 가지 큰 변화가 뒤따랐다.
하나는 종교다. 300년 가까이 박해받던 기독교가 공인되고(313) 곧 제국의 종교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수도다. 새 수도가 보스포루스 해협에 세워졌다 —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고 흑해와 지중해가 이어지는 자리다.
이 두 결정이 이후 천 년을 좌우한다. 서쪽이 무너진 뒤에도 동쪽이 버틴 것은 그곳이 더 부유하고 도시가 촘촘하고 교역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 이 새 수도가 있었다.
위기를 넘기려 스스로를 크게 바꾼 나라를 우리는 같은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라의 연속성은 무엇으로 정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