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걸친 내전 끝에 한 사람이 모든 권한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그는 왕이라 불리기를 거부하고 "제1시민"을 자처했으며, 공화정의 관직과 원로원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로마인들은 왕정을 몰아낸 기억을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고 있었고, 왕을 자처한 사람은 살해당했다. 그래서 그는 권력의 실질을 모두 가지면서 이름과 절차는 옛것을 남겼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공화국에 산다고 믿었다.
권력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형식을 남겨 두는 이 방식은 로마가 특히 능했던 기술이다. 속주를 다스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지의 신을 인정하고 현지 귀족을 관리로 앉히고 현지 법을 상당 부분 남겨 두었다. 페르시아가 썼던 방법과 놀랄 만큼 닮았다.
이후 200년 동안 지중해 세계는 큰 전쟁 없이 하나의 법과 화폐와 도로 아래 있었다. 브리튼의 병사가 시리아에서 복무했고, 북아프리카 출신이 황제가 되었다. 다만 이 평화가 누구에게나 평화였던 것은 아니다.
제도의 이름이 그대로인데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면, 그 나라의 정치 체제는 바뀐 것일까 그대로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