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64년의 로마는 제국이 아니었다. 이탈리아반도를 막 통일한 도시국가였고, 바다 건너 북아프리카에는 훨씬 부유하고 강한 해상 세력이 있었다. 카르타고는 함대와 교역으로 서지중해를 쥐고 있었고, 로마에는 변변한 배가 없었다.
이 해 시작된 전쟁은 120년에 걸쳐 세 차례 이어진다. 두 번째 전쟁에서 로마는 여러 차례 참패했고, 한 전투에서만 수만 명을 잃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복한 도시를 속주로 삼는 대신 동맹으로 묶어 병력을 내게 하는 구조 덕분이었다. 시민권을 단계적으로 나눠 주는 이 방식이 로마의 인력 저수지가 되었다.
세 번째 전쟁이 끝났을 때 카르타고는 도시 자체가 지워졌다. 같은 해 그리스의 코린토스도 파괴되었다. 서쪽의 경쟁자와 동쪽의 옛 문명이 함께 사라지고, 지중해는 로마의 안쪽 바다가 되었다.
승리는 밖에서 얻었지만 문제는 안에서 생겼다. 정복지에서 노예가 쏟아져 들어와 대농장이 커지고 자영농이 몰락했으며, 총독들이 속주에서 긁어모은 돈이 본국 정치를 매수했다. 로마 공화정을 무너뜨린 것은 외적이 아니라 정복 그 자체였다.
정복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그 나라의 정치 제도를 망가뜨릴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정복을 성공이라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