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지 않고 다스리는 법 — 키루스 원통

-539 · 이라크 바빌론

바빌론을 점령한 키루스는 점토 원통에 자신의 통치 원칙을 새겼다. "나는 그들의 거처를 평온하게 하였고, 신들의 성소를 제자리에 돌려놓았으며, 그들의 주민을 모아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최초의 인권선언"으로 불렸다. 1971년 이란 정부가 유엔에 복제품을 기증하면서 그 표현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학계는 이 해석에 신중하다. 문서의 형식은 정복자가 새 도시에서 정통성을 주장하는 관례적 선전문이고, "인권"이라는 개념은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원통이 빈말인 것도 아니다. 바빌론에 끌려와 있던 유대인들은 이 무렵 고향으로 돌아갔고, 그 사실은 구약성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페르시아는 정복지의 신을 부수는 대신 그 신의 이름으로 자신을 정당화했다.

이것을 관용이라 부를지 통치술이라 부를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갈린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앞선 아시리아가 정복지 주민을 강제로 흩어 놓고 신상을 끌고 오는 방식으로 다스렸다는 점이다. 같은 땅에서 두 제국이 정반대의 방법을 택했고, 오래 간 쪽은 뒤의 것이었다.

너그러움이 통치에 유리했기 때문에 택한 너그러움도 너그러움일까? 동기와 결과 중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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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페르시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