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하나가 제국들을 무너뜨리다

1914 · 보스니아 사라예보

1908년 제국은 보스니아를 병합했다. 30년 전 오스만에게서 점령 관리를 맡은 땅이었다. 그 지역에는 세르비아계 주민이 많았고, 이웃한 세르비아 왕국은 그들을 자기 나라로 통합하려 했다.

1914년 6월 그 병합지의 수도에서 황태자 부부가 암살되었다. 암살자는 세르비아계 청년이었고 배후에 세르비아 내 조직이 있었다.

한 달 뒤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했다. 러시아가 세르비아 편에 서고, 독일이 제국 편에 서고, 프랑스가 러시아 편에 서고, 영국이 뒤따랐다. 동맹 관계가 연쇄적으로 작동하면서 유럽 전체가 전쟁에 들어갔다.

지역 분쟁이 세계대전이 된 과정을 두고 오래 논쟁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 제국의 민족 문제가 그 방아쇠였다는 점이다. 국경 안에 여러 민족이 있고 국경 밖에 같은 민족의 나라가 있는 구조는, 민족이 국가의 단위가 된 시대에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조건이었다.

전쟁 중 제국의 군대는 열 개가 넘는 언어로 명령을 전달해야 했다. 여러 민족이 섞인 부대가 서로 다른 민족의 나라와 싸우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탈이 늘었다. 체코계 병사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러시아 쪽으로 넘어가 독립을 위해 싸운 것이 대표적이다.

1918년 전쟁이 끝나기 직전 제국의 여러 지역이 차례로 독립을 선언했다. 640년을 이어 온 가문의 통치가 끝나고, 그 자리에 여러 개의 국민국가가 섰다.

같은 시기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도 무너졌다. 20세기 초는 유라시아의 제국들이 연달아 사라진 시기였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국민국가였다.

그런데 새 국경 안에도 여전히 여러 민족이 섞여 있었다. 제국을 나눈다고 민족과 국경이 일치하지는 않았고, 그 불일치가 20년 뒤 다음 전쟁의 명분으로 쓰인다.

제국이 사라진 자리에 그은 선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그 시대가 찾던 답은 애초에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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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합스부르크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