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 가장 가난한 시대를 가장 따뜻하게 그리다

1965년 · 서울 창신동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박수근은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이으며, 퇴근길 창신동 골목의 아기 업은 소녀와 절구질하는 아낙, 앙상한 나목을 화강암 같은 질감의 화면에 담았다. 화려한 것이 하나도 없는 그의 그림은 전후의 가난을 연민이 아니라 존엄으로 그려낸 것이었고, 정작 그는 국전 낙선과 궁핍 속에 쉰한 살로 세상을 떠났다. 사후 그의 작품은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국민화가"로 불리게 됐다 — 살아서 가장 가난했던 화가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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