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과 황진이 — 화담의 기철학, 송도의 시인

1530년 · 개성 화담

벼슬길을 마다하고 개성 화담에 은거한 서경덕은 우주의 근원을 기(氣)로 설명하는 독자적 철학을 세워, 스승 없이 홀로 사색으로 일가를 이룬 조선 유학의 이단아였다. 같은 송도의 황진이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처럼 시간을 베어 임을 기다리는 파격의 상상력으로 시조 문학의 정점에 올랐고, 뭇 남성을 무너뜨리고도 서경덕만은 흔들지 못해 스승으로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신분과 성별의 벽이 가장 단단하던 시대에, 송도의 처사와 기생이 나란히 조선 지성사와 문학사에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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