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재 — 두 왕조를 섬기지 않은 마지막 고려인

1390년 · 선산 금오산 (구미)

이성계의 새 왕조가 눈앞에 다가오자 길재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 선산으로 내려가, 조선 개국 후 태종이 벼슬을 내려도 "여자에게 두 남편이 없듯 신하에게 두 임금이 없다"며 끝내 거절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로 시작하는 그의 회고가는 망한 왕조를 향한 절의의 노래로 남았다. 그가 금오산 자락에서 길러낸 제자들의 학맥은 김종직과 김굉필을 거쳐 조광조로 이어졌으니 — 조선 사림파의 뿌리는 역설적으로 조선을 거부한 이 고려인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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