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를 만들면서 자주 받은 질문들과,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이 지도가 어떤 원칙 위에 서 있는지 밝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시간과 공간이 함께 있는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역사는 대개 시간의 흐름만 따라 배웁니다. 몇 년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이어졌는지를 이야기로 익히다 보면 인물과 사건은 기억해도, 정작 그 일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는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장소와 함께 역사를 이해하면 이야기는 훨씬 선명해집니다. 기억은 본래 시간과 공간을 함께 엮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역사를 시간과 공간 위에 함께 펼쳐 놓았을 때, 훨씬 쉽고 오래 기억되는 배움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서문에서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라고 말씀하신 것도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뜻이었습니다. ATLAS 역시 같은 마음입니다. 역사가 외우기만 하는 과목이 아니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기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의도적인 선택입니다.
오늘날처럼 국경선을 명확히 긋고 배타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 체제는 근대 이후 자리 잡은 개념입니다. 고대와 중세에는 부족과 국가가 끊임없이 흥망성쇠를 거듭했고, 경계 역시 하나의 선이라기보다 여러 세력이 영향을 주고받는 영역에 가까웠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곳이 중동입니다. 20세기 초 강대국들이 그 지역의 부족과 종교 공동체의 생활권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국경을 설정했고,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갈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야기됩니다.
그래서 ATLAS는 ‘이 땅이 누구의 것이었는가’보다 ‘문화와 기술, 사람과 사상이 어디까지 퍼져 어떤 영향을 남겼는가’에 더 집중합니다.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영토의 경계보다 사람들의 이동과 문화의 확산이 훨씬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대 인류유전학의 관점에서도 수천 년 동안 완전히 고립된 ‘순수한 혈통’을 상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반도 역시 오랜 세월 다양한 집단이 교류하고 이동하며 살아왔고, 주변 지역과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위인인 을지문덕 장군도 그렇습니다. ‘을지(乙支)’라는 성씨는 당시 고구려에서 매우 이례적인 성씨였기에, 귀화한 선비족 계통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의 업적과 위대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외국에서 귀화해 대한민국을 위해 운동선수로 활약하거나 군에서 공을 세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분들의 헌신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족의 자부심이 영토의 크기나 혈통의 순수성에서 비롯되기보다, 뛰어난 문화와 기술,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남긴 업적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고조선과 고구려의 문화가 만주와 연해주, 일본 등 여러 지역에 영향을 남겼다면, 그것이야말로 오래도록 자랑할 만한 역사라고 믿습니다.
논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료를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환단고기』는 무조건 옹호할 대상도 아니고, 반대로 내용을 읽어보지 않은 채 단정적으로 치부할 대상도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를 겪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우리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왜곡과 훼손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역사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 점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ATLAS는 『환단고기』를 다룰 때, 먼저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보여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강단사학계가 어떤 이유로 이를 신뢰하지 않는지, 재야사학계가 어떤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지 함께 정리하려 합니다. 무조건 욕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무엇을 비판하는지 알고 비판하는 편이 더 정직하다고 생각합니다.
ATLAS의 원칙은 한쪽 입장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논쟁의 쟁점을 가능한 한 균형 있게 보여드리는 데 있습니다. 판단은 읽는 분들께 맡기되, 그 판단이 충분한 정보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돕고자 합니다.
역사는 과거를 암기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나침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면 오늘의 사회를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고, 다양한 주장과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는 힘도 기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 역시 더욱 성숙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전문 연구자도 아닙니다. 다만 수많은 역사 자료와 연구를 연결하여, 더 많은 사람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역사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습니다.
ATLAS는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자료와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반영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살아 있는 역사 지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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