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항소이유서 ① 법이 아니라 양심의 이름으로

1985 5월 27일 · 서울형사지방법원

원문

본 피고인은 우선 이 항소의 목적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 선고형량의 과중함을 호소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1985년 5월 27일 유시민(당시 이름 류시민)이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 제5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 서두. 이 문서는 저작자가 생존해 있어 저작권이 만료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편의 전문 발췌와 달리 이 시리즈에서는 핵심 문장만 짧게 인용한다.

왜 이 문장인가

이 항소이유서는 감형이나 무죄를 다투는 통상의 항소이유서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첫 문단이 그 목적부터 부인하고 시작한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 무죄 주장도, 형량 완화 호소도 아니라고 스스로 밝힌다. 이어지는 문단들은 자신의 판단 기준이 "인간이 만든 법률"이 아니라 "양심"이라는 점을 밝히고, 폭력행위가 그 사회의 정치·사회·도덕적 수준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전제를 세운다. 마지막 문단에서는 이 글에서 정권 대신 "현정권"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제5공화국이 합법성·정통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를 미리 밝혀둔다 — 이는 뒤이은 6개 장 전체가 이 정의 위에서 전개된다는 예고다. 요컨대 이 서두는 항소이유서의 장르 자체를 재정의한다: 이것은 형량을 다투는 글이 아니라, 이 사건이 비추는 시대를 법정에 묻는 글이라는 선언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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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유시민 항소이유서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