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혁명선언 — 가장 과격한 선언문의 가장 인간적인 마지막 문장
원문
强盜 日本이 우리의 國號를 없이 하며, 우리의 政權을 빼앗으며, 우리의 生存的 必要條件을 다 剝奪하얏다. (…) 民衆은 우리 革命의 大本營이다. 暴力은 우리 革命의 唯一 武器이다. 우리는 民衆 속에 가서 民衆과 携手하야 不絶하는 暴力 — 暗殺·破壞·暴動으로써 强盜 日本의 統治를 打倒하고, 우리 生活에 不合理한 一切 制度를 改造하야, 人類로써 人類를 壓迫지 못하며, 社會로써 社會를 剝削지 못하는 理想的 朝鮮을 建設할지니라.
1923년 1월 의열단의 요청으로 신채호가 집필한 선언(일명 의열단 선언)의 첫 문장과 결론부 발췌. 전문은 6,400여 자에 이른다.
현대어로 읽기
강도 일본이 우리의 나라 이름을 없애고, 우리의 정치적 권리를 빼앗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모두 박탈했다. (…) 민중은 우리 혁명의 본진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한 무기다. 우리는 민중 속으로 들어가 민중과 손잡고, 끊임없는 폭력 — 암살·파괴·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삶의 불합리한 모든 제도를 뜯어고쳐, 인류가 인류를 억압하지 못하고 사회가 사회를 착취하지 못하는 이상적인 조선을 건설할 것이다.
출처
- [기록보존소] 조선혁명선언 원문
- [단행본] 단재 신채호 전집
- [기록보존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조선혁명선언
이 글은 원문으로 읽는 역사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왜 이 문장인가
기미독립선언서가 세계를 향한 문명의 언어였다면, 4년 뒤의 이 선언은 그 노선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첫 단어부터 그렇다 — 일본은 이웃도 열강도 아닌 "강도"이며, 강도 앞에서의 청원·외교·실력양성은 모두 "미몽"이라고 선언서는 단언한다. 이승만의 외교론과 안창호의 준비론을 실명 노선으로 겨냥한 이 문서는, 3·1운동이 보여준 민중의 힘을 목격한 뒤 쓰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 지도자·지사가 아니라 "민중"을 혁명의 본진으로 놓은 것은 당시 독립운동 문서에서 드문 발상이었고, 이 선언이 백 년 뒤에도 읽히는 이유다. 물론 "폭력은 유일 무기"라는 문장은 오늘의 눈으로 불편하게 읽힐 수 있고, 그래야 정상이다. 다만 이 문서의 폭력은 무차별 테러의 옹호가 아니라, 국가라는 합법 폭력을 통째로 빼앗긴 식민지 민중에게 남은 저항 수단에 대한 논변이며, 그 표적을 총독부 기관과 지배 기구로 한정하는 의열단 활동의 이념적 헌장이었다. 그리고 이 가장 과격한 선언문은 가장 인간적인 문장으로 끝난다 — 파괴의 목적이 "인류가 인류를 억압하지 못하고 사회가 사회를 착취하지 못하는" 세상이라는 것. 부수는 것은 수단이고, 도달점은 억압 없는 사회라는 이 결론부에서, 폭력을 말하던 선언은 돌연 보편적 이상의 문서가 된다. 집필자 신채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인물연구 시리즈의 "지워진 이름들"에서 이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