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 눈먼 시인이 노래한 3천 년의 이야기

-1200 · 고대 그리스

유럽 문학은 두 편의 시로 시작한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다. 둘 다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호메로스가 실제로 한 사람이었는지, 정말 눈이 멀었는지, 심지어 실존 인물이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약 2,800년 전(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에 이 방대한 이야기가 글로 정착됐다는 것, 그리고 그 전 수백 년 동안은 음유시인들이 입에서 입으로 외워 노래했다는 것이다.

두 서사시는 한 사건의 앞과 뒤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라는 도시를 10년째 포위한 전쟁의 막바지 며칠을 다룬다. "일리아스"라는 제목부터가 "일리오스(트로이의 다른 이름)의 노래"라는 뜻이다. 「오디세이아」는 그 전쟁이 끝난 뒤,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섬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또 다른 10년의 모험을 다룬다. 두 편을 합치면 "전쟁으로 떠난 사람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가"라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영웅들이 그저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자존심 때문에 동료를 죽게 만들고, 집이 그리워 울고, 꾀를 부리다 벌을 받는다. 3천 년 전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 지금 우리와 똑같아서, 이 이야기는 시대마다 새로 읽혔다. 2026년 8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디세이」를 영화로 선보이는 것도 그 긴 사슬의 가장 최근 고리다.

【그때 한반도는】 트로이 전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시기는 대략 기원전 1200년 전후다. 이 무렵 한반도는 청동기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직 "고조선"이라 부를 만한 뚜렷한 나라의 모습은 흐릿했지만, 사람들은 거대한 돌을 옮겨 고인돌(지석묘)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큰 돌을 옮기려면 수많은 사람을 부릴 힘 있는 우두머리가 있어야 했으니, 고인돌은 곧 "우리 사회에도 지배자와 계급이 생겼다"는 신호였다. 그리스에서 영웅들이 청동 무기로 싸우던 그때, 한반도에서도 청동기와 계급 사회가 막 움트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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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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