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는 자식들에게 아버지 우라노스에 맞서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두려워 나서지 못했다. 그때 티탄 중 막내인 크로노스(Cronus)가 나섰다. 가이아는 그에게 낫(그리스어로 하르페)을 쥐여 주었다. 밤이 되어 우라노스가 대지를 덮으러 내려오자, 매복해 있던 크로노스가 낫을 휘둘러 아버지를 거세하고 권좌를 빼앗았다. 잘려 바다에 던져진 우라노스의 몸에서 이는 거품에서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 하늘의 시대가 끝나고, 티탄들의 시대가 열렸다.
크로노스는 누이 레아(Rhea)를 아내로 삼고 티탄들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저주가 따라붙었다. 쓰러진 아버지 우라노스가 예언을 남긴 것이다 — "너 역시 네 자식에게 왕좌를 빼앗기리라." 두려움에 사로잡힌 크로노스는 끔찍한 선택을 한다. 아내 레아가 자식을 낳을 때마다, 그 아기를 통째로 삼켜버린 것이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 다섯 자식이 차례로 아버지 뱃속으로 사라졌다.
여섯째를 임신한 레아는 참다못해 가이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막내를 몰래 크레타섬에서 낳아 숨기고, 대신 돌덩이를 강보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건넸다. 크로노스는 그것이 자식인 줄 알고 삼켰다. 이렇게 살아남은 막내가 바로 제우스(Zeus)다. 아버지를 벤 크로노스가, 이제 자기 아버지가 되어 똑같은 두려움에 빠진 것이다 — 신화는 이 반복을 통해 "힘으로 빼앗은 권력은 힘으로 빼앗긴다"는 서늘한 이치를 보여준다.
【오늘 우리 곁에】 자식을 삼키는 크로노스는 화가 고야의 소름 끼치는 그림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로 남았다(사투르누스는 크로노스의 로마식 이름). 크로노스는 흔히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와 뒤섞여, 모든 것을 삼키는 시간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 연대기(chronology), 크로노미터 같은 말이 그 자취다. 그가 다스렸다는 태초는 훗날 "황금시대"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