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는 제우스와 님프 마이아 사이에서 아르카디아의 킬레네산 동굴에서 태어난, 올림포스에서 가장 재빠른 신이다. 태어난 바로 그날 요람을 빠져나와 형 아폴론의 소 떼를 훔치고, 거북 등딱지로 최초의 리라를 만들었다는 조숙한 도둑 신화가 유명하다 — 아폴론이 화를 내자 리라를 선물해 화해했고, 이 리라가 아폴론의 상징이 된다.
그는 신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신이다.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자유로이 오간다 — 죽은 자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프시코폼포스). 여행자·상인·웅변가의 수호신이면서 동시에 도둑과 거짓말쟁이의 교활함까지 관장하는, 양면적이고 활달한 신이다. 경계와 소통을 관장하는 그의 성격은 그리스인의 삶 곳곳에 스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