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 4,500년 전 점토판에 새겨진 인류의 첫 이야기

-2700 · 메소포타미아 우루크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무엇일까. 답은 「길가메시 서사시」다. 무대는 메소포타미아(오늘날 이라크,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의 도시국가 우루크. "수메르 왕 명부"라는 옛 기록에 따르면 길가메시는 기원전 2800~2500년 무렵 우루크를 다스렸다는 왕이다. 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학계에서도 확실치 않지만,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다른 도시의 왕 이름이 함께 기록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실존 인물이었을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중요한 것은 그의 이야기가 걸어온 길이다. 처음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래였다. 그러다 기원전 21세기 무렵부터 수메르어로 짧은 시 몇 편이 점토판에 새겨졌고, 그 뒤 수백 년에 걸쳐 여러 판본이 덧붙고 다듬어지다가, 중기 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1600~1100년경) 신-레키-운닌니라는 서기관이 훨씬 오래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아카드어 표준판 — 지금 우리가 아는 완결된 이야기 — 을 편찬했다고 여겨진다. 즉 「길가메시 서사시」는 한 사람이 한 번에 쓴 소설이 아니라,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이야기다.

이 점토판들은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19세기 유럽 고고학자들이 메소포타미아 유적을 발굴하며 세상에 다시 나왔다. 그 재발견 과정 자체도 한 편의 드라마인데, 이는 뒤에서 따로 다룬다. 분명한 것은, 「일리아스」보다 약 1,500년, 구약성경의 가장 오래된 부분보다도 앞서는 이 이야기 속에 이미 우정, 상실, 죽음에 대한 공포, 문명과 자연의 대립 같은 인류의 오래된 질문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 한반도는】 길가메시가 다스렸다는 기원전 2800~2500년 무렵, 한반도는 신석기시대 후기였다. 서울 암사동 일대에는 빗살무늬토기를 굽고 강가에 움집을 짓고 사는 정착 마을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왕이 도시를 다스리고 그 이야기가 글로 기록되던 그 시절, 한반도에는 아직 "왕"이라 부를 문자 기록도 국가도 없었다. 대신 사람들은 강가에 모여 살며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간석기로 도구를 만들고 있었다 — 두 지역의 시간은 같이 흘렀지만, 문명의 속도는 서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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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길가메시 서사시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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