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남는가 — 기록의 싸움

2026 7월 · 부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2026년 7월, 부산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사도광산 안건은 회의 나흘째에 다뤄졌고, 전시 전략과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결정문이 수정 없이 사실상 합의로 채택됐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의 미이행이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 이 시리즈가 정리한 것

일본 측 주장의 구조는 세 사안에서 동일합니다.

첫째,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조선인이 있었다는 것, 힘든 일을 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둘째, 강제성만 부정합니다. 법적 절차가 있었다, 임금을 지급했다, 문서가 없다는 논리로 강제라는 두 글자를 뺍니다.

셋째, 모호한 표현으로 대체합니다. 한반도 출신 노동자, 모든 노동자 같은 표현이 그렇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가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를 지웁니다.

이에 대한 반박도 세 사안에서 동일한 구조를 가집니다.

첫째, 일본 자신의 자료와 발언을 인용합니다. 사도광산의 공정별 조선인 비율은 미쓰비시광업 자료에서 나왔고, 군함도의 강제 노역 인정은 2015년 일본 대표의 발언이며, 위안부 문제의 군 관여 인정은 1993년 고노 담화입니다. 가장 강한 근거는 상대의 기록에 있습니다.

둘째, 국제법의 기준을 적용합니다. 강제노동과 노예제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작이 아니라 이탈의 자유입니다. 스스로 응했더라도 그만둘 수 없었다면 강제입니다.

셋째, 약속의 불이행을 기록합니다. 군함도는 10년, 사도광산은 2년째입니다.

■ 우리 쪽에서 지켜야 할 것

이 시리즈를 쓰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과장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동원 규모의 큰 숫자를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대신 사도광산 1,519명처럼 자료로 확인되는 구체적 수치를 썼습니다. 영화 「군함도」의 설정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굳이 적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싸움에서 우리가 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부정확함이기 때문입니다.

숫자 하나가 틀리면 그 하나로 전체가 흔들립니다. 창작과 사실이 섞이면 사실까지 창작으로 몰립니다. 실제로 그런 방식의 반론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착암부의 82퍼센트가 조선인이었다는 일본 기업의 기록 하나가, 열 개의 형용사보다 강합니다.

■ 일본 사회를 뭉뚱그리지 않는 이유

이 시리즈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일본 사회를 구분해 썼습니다.

위안부 관련 군 문서를 발굴한 것은 일본인 연구자였습니다. 사도광산의 조선인 동원 실태를 밝혀온 것도 상당 부분 일본 현지의 연구자와 시민단체였습니다. 이들은 자기 나라 정부와 싸우면서 그 일을 해왔습니다.

이들을 일본이라는 한 단어로 묶으면 부정확할 뿐 아니라, 실제 협력자를 적으로 만드는 일이 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일본 사회 안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가능합니다.

■ 남는 것

등재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피해 당사자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남는가.

기록이 남습니다. 무엇이 약속됐고 무엇이 지켜지지 않았는지, 어떤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국제기구가 몇 번이나 같은 권고를 반복했는지.

역사 왜곡에 맞서는 방법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확한 기록입니다. 목소리는 잦아들지만 기록은 남고, 남은 기록은 언젠가 다시 읽힙니다.

이 시리즈는 그 기록의 한 조각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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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강제동원의 기록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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