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부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반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이 일본의 탄광과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힘든 조건에서 일했다는 것도 대체로 인정합니다. 부정하는 것은 단 하나, 그것이 강제였다는 것입니다.
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아래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알리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습니다. 2025년 제출된 후속조치 보고서에도 강제성을 뜻하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2024년 사도광산 등재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현장에 설치된 조선인 노동자 관련 기록에서 강제라는 표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개 채용을 했다거나 체불임금을 지급했다는 식의, 강제노동이 아닌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두 글자를 빼는 것. 그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 시리즈는 그 두 글자를 둘러싼 공방을 정리합니다. 일본 측이 실제로 어떤 표현을 썼는지, 그 주장의 논리 구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확인된 사실은 무엇인지를 나눠 씁니다.
■ 이 시리즈가 지키는 기준
먼저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첫째, 확인된 것만 씁니다. 이 주제에서 과장은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숫자 하나가 틀리면 그 틀린 숫자가 사실 전체를 흔드는 무기가 됩니다. 그래서 자료마다 수치가 다른 항목은 그 편차를 그대로 밝힙니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둘째, 일본 측 주장은 실제 문구를 인용합니다. 일본이 부정한다고 뭉뚱그리면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한마디에 반박이 통째로 무너집니다. 누가, 언제, 어떤 표현으로 말했는지를 특정해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셋째, 일본 정부와 일본 사회를 구분합니다. 강제동원 진상규명에 평생을 바친 일본인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사도광산의 조선인 동원 실태를 밝혀온 것도 상당 부분 일본 현지의 연구자와 시민단체였습니다. 이들을 뭉뚱그리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습니다.
넷째, 피해자를 대상화하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피해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이 피해자의 존엄을 다시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리즈는 성적 세부를 쓰지 않고, 제도와 책임의 문제로 서술합니다.
■ 용어에 대하여
이 시리즈는 강제동원을 기본 용어로 씁니다. 징용이라는 말은 1944년 국민징용령이 조선인에게 전면 적용된 이후에 한정되는 좁은 개념이라 전체를 담지 못합니다. 모집과 관 알선을 거쳐 징용에 이르는 단계 전체를 가리키려면 강제동원이 정확합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씁니다. 위안부는 일본군이 만든 완곡어이므로 앞에 일본군을 명시해 그 주체를 분명히 합니다. 정신대는 근로정신대를 가리키는 별개 개념으로, 혼용하면 사실관계가 흐려집니다. 국제법적 성격을 말할 때는 유엔 문서의 공식 용어인 전쟁성노예를 함께 씁니다.
■ 왜 지금인가
이 문제는 과거사가 아닙니다. 2026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사도광산에 대해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라는 결정문을 다시 채택했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회의였습니다.
등재는 이미 끝났고 되돌릴 수 없습니다. 유네스코의 권고에는 강제력이 없고, 일본이 이행하지 않아도 실질적 불이익은 없습니다. 남은 것은 기록입니다. 무엇이 약속됐고 무엇이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계속 확인하고 남기는 일.
이 시리즈는 그 기록의 한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