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왜 한국은 "분쟁은 없다"고 말하는가

2026 · 독도

독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이들이 한 번쯤 품었을 의문부터 정면으로 다루자.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는데 한국은 왜 거부하는가. 우리 기록이 그렇게 확실하다면 법정에서 이기면 되지 않는가. 한국 정부의 일관된 논리는 1954년 변영태 외무장관의 성명에 압축돼 있다 — "독도는 일본의 한국 침략의 최초 희생물이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한국의 입장은 "분쟁에서 이기겠다"가 아니라 "분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집 등기가 명백한데 이웃이 소유권을 주장한다고 해서 법정에 함께 서는 순간, 세상은 그 집을 '다툼 있는 집'으로 기억하게 된다 — 재판 회부 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가 일본이 70년간 원해온 "분쟁지역화"의 완성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일본은 1954년, 1962년, 2012년 세 차례 ICJ 회부를 제안했고 한국은 세 번 모두 거부했다. 덧붙이면 ICJ는 양국이 모두 동의해야만 재판이 열리는 구조라, 한국이 응하지 않는 한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분쟁은 없다"는 입장이 성립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 기록의 압도적 우위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시리즈의 주제다. 독도 문제는 흔히 감정의 문제처럼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문서의 문제다. 512년 삼국사기의 한 줄에서 시작해, 15세기 조선의 국가 지리지, 17세기 에도 막부의 도해금지령, 18세기 파리에서 그려진 지도, 1877년 메이지 정부 최고기관의 지령, 1900년 대한제국의 관보, 1946년 연합군사령부의 지령, 그리고 2026년 워싱턴의 문서고에서 발굴된 미군 기밀 보고서까지 — 이 섬을 둘러싼 다툼의 무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종이였다. 이 시리즈는 그 종이들을 한 장씩 펼친다. 원칙은 셋이다. 첫째, 확정된 사실과 해석을 구분한다. 예컨대 세종실록지리지의 문장은 사실이고, 그 "우산도"가 독도라는 것은 (매우 유력한) 해석이다 — 이 구분을 뭉개고 전부를 "확정"이라 말하는 순간 오히려 반박당할 틈이 생긴다. 우리 기록이 강할수록, 정직하게 다뤄야 더 강해진다. 둘째, 일본 측 주장을 정확하게 소개한다 — 상대 논리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이기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셋째, 이 섬에서 벌어진 일 중 영유권 바깥의 이야기 — 폭탄 아래서 죽어간 어민들과, 지구에서 사라진 강치 — 를 각각 독립된 장으로 다룬다. 섬의 역사는 소유의 역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13편의 여정은 신라의 장군에서 시작한다.

출처

이 글은 독도, 기록의 섬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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